"여보. 소아과에 사람이 30명은 넘는 것 같아.. 8시 반에 문 열자마자 달려가서 대기 걸었는데 10시 돼서 진료가 끝났어"
며칠 전, 남편이 연년생 남매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온 뒤 제게 한 말이었습니다.
남편의 빡침....!이 고스란히 느껴졌지요.
먼저 저는 4살 아들과 3살 딸 연년생 아가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워킹맘이기도 하죠. 늘 느끼는 거지만 남편과 저의 신경이 가장 곤두서고 예민한 때는 아이들이 아플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건강만 해주어도 부부싸움의 원인이 80%는 줄어드는 것 같아요.
사진은 우리 둘째 달래미 병원 다녀온 후 약봉지를 들고 집에 총총총 돌아가는 모습이에요ㅋㅋㅋ (귀여운 녀석, 제발 아프지만 말아다오...ㅠㅠㅠ)

각설하고, 오늘은 소아과 오픈런 후기를 좀 말해볼까 해요. 많은 엄마들도 저와 같은 어려움과 고민을 겪고 있겠죠...?
일단 우리 아이들은 주말 내내 39도에 이르는 열감기에 걸렸어요.
금요일 저녁부터 둘째가 먼저 슬슬 열이 올라오더니 결국 토요일 밤에 40도가 되고 토하고 ㅠㅠ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근처 병원의 응급실로 갔습니다. 참고로 둘째는 이제 22개월 정도.
하지만 이게 무슨일인가요. 병원 응급실에 소아과 전문의가 없어서 진료를 못본다는 겁니다. 법적으로 14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무조건 소아청소년과 담당 전문의사가 진료를 보아야 한다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냥 퇴짜맞고, 진료 거부 당하고 집으로 쓸쓸히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인터넷 찾아보니 저희처럼 새벽 고열에 시달린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소아 응급 담다의사가 없어서 진료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부모들이 참 많더라고요. 다른 병원 응급실에도 전화했지만 똑같은 대답을 듣거나 통화 연결도 잘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리고 3-4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슬펐어요. 대한민국에서 애 낳고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데, 그 현실을 너무 피부로 뼈져리게 실감한 것 같아서요.
실제로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전국 대학병원 중 이제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간으한 곳은 36%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같은 대형병원들도 소아환자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하거나 축소했다는 사실..
그렇다면, 정말 급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팁 하나 드릴게요.
밤에 고열로 힘든 아기가 있나요?
119로 전화해서 소아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 응급실을 물어보면 알려준답니다.
그 병원으로 전화해서 먼저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뒤 방문하세요.
헛걸음의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하지만 저는 119로 전화를 하진 않았어요. 그냥 다른 응급실로 가자니 가는 동안 아이가 더 힘들어할 것 같아서, 해열제를 먹이고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재워서 휴식을 취하게 해주자!는 생각이었죠. 다행히 아이가 잘 이겨내준 덕분에 일요일 저녁부터 열이 잡혀서 떨어졌고요.
그리고 대망의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희 집은 제가 오전 8시에 출근, 남편이 9시 반에 출근이에요. 그래서 남편이 아침당번, 제가 일찍 퇴근해서 저녁당번을 맡고 있어요. 고로, 남편이 아기 둘을 데리고 동네 병원을 방문했죠.
말 그대로 오픈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
8시 반에 접수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대기가 4명은 더 있었다는 사실!
보이시죠? 똑닥의 문자. 9시부터 병원이 문을 열어서 똑닥 등록이 9시 2분에 되었지만.. 일단 8시 반에 왔는데도 아이가 앞에 넷. 어떤 분들은 4명이면 그래도 금방이겠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여기서 5-10분 차이로 엄청난 아이들의 수가 쌓인다는 사실. 실제로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의 시간동안, 오픈런을 위해 나름대로 일찍 달려온 부모들이 얼마나 많겠어요...ㅠㅠㅠㅠ
특히 요즘 같이 봄철 환절기일 땐 사람이 미어터진답니다. 어떤 기사에서 보니 워낙 대기가 많아 오전 8시쯤 접수를 시작하면 그날 오후 진료까지 모두 마감된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소아과 진료 시작이 오전 9시던데, 혹시 미리 줄을 서는 방법은 없을까요?" 등의 질문도 올라온다고 해요. 어디 이뿐인가요. 소아과 오픈런에 도전했지만 금세 진료가 마감되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벼우언에 갔다는 엄마들도 많더라고요. 정말 맴찢이죠....ㅜㅜㅜ
항간에는 온라인상에서 돈을 받고 줄을 대신 서주는 소아과 오픈런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는데.. 이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부부 역시 친정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답니다.
소아과 오픈런, 돈 받고 줄 미리 서주는 알바생도 있다지만
친정 찬스를 동원해 접수 먼저 부탁했어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 아이 둘을 데리고 소아과 진료를 마친 뒤,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친정 부모님을 오전 10시까지 저희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드렸죠. 그렇게 남편은 아이들을 친정부모님께 맡긴 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출근을 할 수 있었답니다.
물론 이런 일이 매일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연년생 아직 어린 남매를 키우는 상황이다보니 감기가 너무 빈번히 든 것도 사실이에요. 일주일에 한두번 꼴로 계속 소아과를 다니고 있고, 그게 지난 겨울 내내였어요.
그러다보니 남편도 자연스레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있었고, 무엇보다 업무에 큰 지장을 줄 수밖에 없었어요. 오전 11시까지 출근하는 날도 하루이틀이지.. 심지어 이것마저도 남편이 시간을 그나마 오전에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직업 환경이라 가능했던 것이고. 저처럼 출근 만큼은 오전 9시에 묶여있는 대부분 워킹맘들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일 거에요. 아예 연차를 끄는게 속편한데, 그러자니 하루이틀도 아니고ㅠㅠ 아이들 소아과 갈 때마다 어찌 연차를 쓸 수 있겠어요. 아기를 키우면서참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ㅠㅠㅠ 아이 둘을 꼬박 집에서만 케어해주셨던 부모님도 결국은 감기에 옮으셨어요. 죄송 또 죄송..

물론 회사에 출근한 저도 남편도 마음은 편치 않았어요. 그리고 수시로 부모님들로부터 약은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등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또 저 역시 아이들의 상태가 걱정되어 계속 전화를 드리고. 그러다보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때도 간혹 있답니다. 그렇지만, 비교적 저는 친정이 워낙 아이들을 잘 봐주셔서ㅠㅠㅠ 오전에 소아과 대란을 남편과 정서적으로 함께 경험한 뒤 ㅋㅋ ㅠㅠ 나름 업무를 집중해 마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특히 이런 날에는 부모님도 힘들고 남편도 힘들고 저도 힘들기 때문에, 신경이 좀 다른 날보다 아무래도 예민해져있어요. 그래서 부부사이에 한 마디도 더 평소보다 조심히해야하고요. 저희 부부는 알면서도 결국 저녁에 잠깐 다투었지만, 그래도 금새 이성을 차리고 다시 화해 했답니다.
아참, 마지막으로 정보 하나 더 남길게요. 요즘에는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도 있다고 해요.
여기서 밤에 급할 때는 문자로 상담 가능! 하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인 땜질처방이죠ㅠㅠ
소아과를 이토록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해요.
수요 감소, 낮은 수익, 고강도 업무
그리고 저출산 현상에 위험부담으로 인한 기피현상이
소아과 대란을 부른 원인
지속적인 적자로 개원의가 병운을 폐업하거나
예비 전공의는 소아과 지원을 꺼려하는 현실
정부가 소아중환자실 실태를 파악해주고 야간이나 휴일 소아들의 외래 진료가 가능한 기관들을 좀 더 확대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소아과 대란을 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워킹맘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냄에 감사하며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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